저는 내일 퇴원합니다
그렇습니다, 내일 퇴원하게 됐습니다. 유난히 고요한 분위기덕에 방문객들이 알아서 귓속말로 속삭이던 1209실의 아늑함도 오늘이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아쉽습니다.
진심으로 아쉽습니다, 정말. 대단한 치료는 아니었습니다만, 결절 문제로 신체 일부를 떼어내는 몇 시간의 수술은 살면서 있을 법한도 한 일 같았고(여기오니 같은 환자가 부지기수라 그런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었겠습니다), 되려 일상에서의 탈출이 각종 의무로부터 절 잠시 멀리 떨어뜨려 준 듯도 합니다.
이런 느낌은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한 맘을 갖게 합니다. 뭐랄까요, 제게는 유독 삶에의 의지가 약한 거 같달까요. 생존의 의지가 삶과 죽음을 결정짓는 순간들 있잖습니까. 예컨대 타이타닉에서 추운 바다 한 가운데서 의식을 차린다거나, 붕괴되는 건물에서 한걸음을 더 내딛거나 등. 그런 순간이 제게 주어진다면(다가온다면 이 맞겠네요), 저는 그 위험한 순간이 정말 위험하다는 걸 보여주는 엑스트라1이 되어 금새 사라질 것만 같습니다. 병원을 다녔던 최근 제 자신을 관찰한 결과입니다.
입원기간의 의미 또한 조금은 헷갈리는데,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 치료를 받은 것인지, 생존을 위해 내가 일상을 영위했던 것인지, 아니면 일상이라고 구분될만한 보편적인 것은 없는 것인지.. 저도 솔직히 분간이 잘 안됩니다.
아무튼 저는 내일 퇴원합니다. 입원 중 읽으려고 책을 몇 권 사왔는데, 마취제는 생각보다 강력했고 환자복은 훨씬 더 잠을 불러일으키는 바람에 다 읽지 못했네요. 언제쯤에나 이런 여유 속에 저런 쓸데없는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생각하니, 앞이 캄캄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