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개들의 섬, 공존과 흡수에 대하여

낡은등대 2019. 1. 28. 12:28


 

굿보이, 물어 와


치프가 서사의 중심에 서게 되는 장면에 대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개들과 헤어지고 아타리는 떠돌이개 출신의 치프와 둘만 남게 된다. 둘 사이에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그래서 매력적인 삐걱거림에 싸하디싸한 찬물(내가 보기에)을 끼얹는 건 아타리의 돌발행동이다. 난데없이 쇠막대를 하나 멀리 던진 아타리는 치프에게 "물어 와"라고 명령한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치프는 몇차례 명령을 거부하다가 결국 순응하고 만다. 결국 들"개"는 사라지고 경호"견"만 남는 그 시점이 바로 치프가 주인공이 되는 때다.

 

다양성은 그렇게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이 영화는 뇌까리는 걸까. 아타리는 비누칠을 통해 치프의 원래색을 찾아주지만, 과연 치프는 원래 정말 흰색인걸까? 개는 원래 샴푸하지 않는다는 걸 가지고 반려견들의 처우를 빈정대고 싶은 맘은 없지만, 이 영화에서 인간의 세계에 흡수되는 개들은 샴푸하는 개들 뿐이다.

 

개들의 섬은 사라지고 인간의 세계가 도래한다는 영화의 엔딩에서 넛메그는 새로운 서커스기술을 선보인다. 그 세계에서 개들은 인간을 보좌하는 주변으로 있다. 그건 공존이라기보다는 흡수에 가깝고, 개들은 여전히 "개"로 있기보다는 인간의 각종 네이밍이 붙은 "..견"으로 있는 것이다.

그 세계에서는 샴푸하지 않는 "개"들은 또 다시 생기게 마련이고 새로운 배제와 격리, 박멸의 가능성 또한 농후해지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