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의미에 대하여

낡은등대 2020. 6. 22. 00:44

 

이건 우선 나에 대해서 쓰는 글이야.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한 변명같은 이야기.

 

초라했던 시간 속에서

난 종종 "의미"가 궁금했어.

 

삶을 구성하는 무수한 사건들,

사건을 통과하는 지리한 시간들,

난 그것들 속에 의미라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종교적인 성장배경도 한몫했을 거야.

어렸을 땐 신의 섭리같은 것들이

내 삶을 에워싸고 있을 거라고 믿었으니까.

 

아마 그렇게 믿지 않았다면

외로웠던 학창시절을 버티지 못했겠지.

내 탓이 컸을거야.

매력이라곤 조금도 없는데다가

도덕적 우월감 같은 냄새를 풍기는

재수없고 만만한 놈이었거든.

 

그러면서 내심 생각했던 모양이야.

이런 내 경험에도 의미가 있을 거라고.

신이 날 단련한다거나

내지는 적어도

내 스스로 정제되어가는 과정일 거라고.

 

그러다 대학교에선 짧게나마 혁명과 운동을 배웠는데

즐거웠던 기억이 나.

의미는 혁명의 모태가 되고

혁명은 의미에 대한 믿음을 요구하니까.

의미의 내용은 달랐지만

내가 중하게 여기는 의미라는 게 인정받는 느낌.

 

 

하지만 의미라는 건

사람들이 찾아내는 만큼

내게 보이지 않았어.

 

사람들을 떠나보내고 사랑없는 거리를 헤맬 때,

사실 별거 아닌 일들이겠지만

거기에도 의미가 있었을까.

 

몇가지를 찾아봤지만

난 그 의미들이 틀렸을까봐 겁이 나더라.

잘못된 의미를 믿어버린 채

진정한 의미를 놓쳐버릴 것만 같았거든.

 

그러다보니

난 의미를 믿어서 의미를 믿지 않고

의미를 믿지 않아서 알 수 없는 의미를 믿는

이상한 사람이 되어있었어.

 

아무래도 잘 살아내지 못했던 내게 세상은

쉽사리 의미를 부여하기엔 복잡하고,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부정하기엔 견뎌내기 힘든 것이었나봐.

 

 

눈빛이 내 마음을 숨기지 못한다고 내게 말했지.

넌 내게 의미야.

이상하게 들릴 거 알아 하지만

내 세계를 들어주고

사람들이 견디기 힘들어하는 내 마음에 대해

같이 울어주는 네가 의미가 아니라면 무엇이 내게 의미일까.

 

그래서 이건 네게 쓰는 글이야.

무언가를 바라며 쓰는 건 절대로 아니야.

내가 너에게 의미가 아니더라도

그저 내가 어렵게 만난 의미인 널 기념하며 쓰는 글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