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에 대하여
이건 우선 나에 대해서 쓰는 글이야.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한 변명같은 이야기.
초라했던 시간 속에서
난 종종 "의미"가 궁금했어.
삶을 구성하는 무수한 사건들,
사건을 통과하는 지리한 시간들,
난 그것들 속에 의미라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종교적인 성장배경도 한몫했을 거야.
어렸을 땐 신의 섭리같은 것들이
내 삶을 에워싸고 있을 거라고 믿었으니까.
아마 그렇게 믿지 않았다면
외로웠던 학창시절을 버티지 못했겠지.
내 탓이 컸을거야.
매력이라곤 조금도 없는데다가
도덕적 우월감 같은 냄새를 풍기는
재수없고 만만한 놈이었거든.
그러면서 내심 생각했던 모양이야.
이런 내 경험에도 의미가 있을 거라고.
신이 날 단련한다거나
내지는 적어도
내 스스로 정제되어가는 과정일 거라고.
그러다 대학교에선 짧게나마 혁명과 운동을 배웠는데
즐거웠던 기억이 나.
의미는 혁명의 모태가 되고
혁명은 의미에 대한 믿음을 요구하니까.
의미의 내용은 달랐지만
내가 중하게 여기는 의미라는 게 인정받는 느낌.
하지만 의미라는 건
사람들이 찾아내는 만큼
내게 보이지 않았어.
사람들을 떠나보내고 사랑없는 거리를 헤맬 때,
사실 별거 아닌 일들이겠지만
거기에도 의미가 있었을까.
몇가지를 찾아봤지만
난 그 의미들이 틀렸을까봐 겁이 나더라.
잘못된 의미를 믿어버린 채
진정한 의미를 놓쳐버릴 것만 같았거든.
그러다보니
난 의미를 믿어서 의미를 믿지 않고
의미를 믿지 않아서 알 수 없는 의미를 믿는
이상한 사람이 되어있었어.
아무래도 잘 살아내지 못했던 내게 세상은
쉽사리 의미를 부여하기엔 복잡하고,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부정하기엔 견뎌내기 힘든 것이었나봐.
눈빛이 내 마음을 숨기지 못한다고 내게 말했지.
넌 내게 의미야.
이상하게 들릴 거 알아 하지만
내 세계를 들어주고
사람들이 견디기 힘들어하는 내 마음에 대해
같이 울어주는 네가 의미가 아니라면 무엇이 내게 의미일까.
그래서 이건 네게 쓰는 글이야.
무언가를 바라며 쓰는 건 절대로 아니야.
내가 너에게 의미가 아니더라도
그저 내가 어렵게 만난 의미인 널 기념하며 쓰는 글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