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어느날 안양에서
낡은등대
2020. 9. 6. 21:32
그날 일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사소하게 여겨질 일들이
내게는 어렵고 힘들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나는 겁이 많았고 약한 사람이었다.
회사에서는 더욱 그랬고, 그날은 조금 더 힘든 날이었다.
어느 대사처럼 나는
하고싶은 일을 쫓기엔 재능이 없었고
해야할 일을 해내기엔 적성이 부족한 사람이었다.
나는 남루한 사람 같았다.
의무의 일들을 넉넉히 해내면서
여유로운 마음을 일구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알 수 없는 외로움 같은 것을 느꼈던 것 같다.
동료는 지하철을 타고 안양으로 와주었다.
회사의 합병이 있었고, 그 동료는 업무상의 이유로
다른 사무실에서 낯선 사람들과 일하고 있었다.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벤치에 앉아
담배를 세네개피 정도 나눠피웠다.
나는 동료에게 사는 게 힘들다는 식의 한숨 섞인 말을
아무 생각없이 내뱉었고,
말을 하면서도 이기적인 말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나보다 더욱 외롭고 버거운 하루를 먼 곳에서 보냈을텐데.
동료는 늘 담배꽁초를 내려놓듯이 버렸고
발 앞꿈치로 불을 꼭 비벼껐다.
조심스러운 사람이었다.
내게 힘내라는 식의 말도,
인생이 다 그런 거 같다는 식의 공감도 해주지 않았다.
동료의 집으로 걸어가는 길엔 도서관이 있었다.
도서관은 늦은 밤공기 특유의 냄새와
안개의 습한 기운에 덮여있었다.
동료와 이야기를 많이 했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말을 많이 한 날도
말을 얼마 하지 못한 것처럼 시간이 부족했고,
많은 말을 하지 않은 날이라도
많은 마음을 드러낸 것 같아 부끄러웠다.
그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면 늘 그랬고
내게 그는 늘 그런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내 말을 다 들어주었다.
시간은 부족했고
그 사람과 더 오래 있고 싶다는 마음이 비어져나와
흔적을 남길 것만 같은 날이었다.
그날 일은 잘 기억나지 않아서
우리가 말을 얼마만큼 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사람이 내 마음을 안아준
그 조심스러움과 따뜻함을
그날의 밤안개와 같이 나는 가끔 떠올린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사소하게 여겨질 일들이
내게는 어렵고 힘들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나는 겁이 많았고 약한 사람이었다.
회사에서는 더욱 그랬고, 그날은 조금 더 힘든 날이었다.
어느 대사처럼 나는
하고싶은 일을 쫓기엔 재능이 없었고
해야할 일을 해내기엔 적성이 부족한 사람이었다.
나는 남루한 사람 같았다.
의무의 일들을 넉넉히 해내면서
여유로운 마음을 일구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알 수 없는 외로움 같은 것을 느꼈던 것 같다.
동료는 지하철을 타고 안양으로 와주었다.
회사의 합병이 있었고, 그 동료는 업무상의 이유로
다른 사무실에서 낯선 사람들과 일하고 있었다.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벤치에 앉아
담배를 세네개피 정도 나눠피웠다.
나는 동료에게 사는 게 힘들다는 식의 한숨 섞인 말을
아무 생각없이 내뱉었고,
말을 하면서도 이기적인 말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나보다 더욱 외롭고 버거운 하루를 먼 곳에서 보냈을텐데.
동료는 늘 담배꽁초를 내려놓듯이 버렸고
발 앞꿈치로 불을 꼭 비벼껐다.
조심스러운 사람이었다.
내게 힘내라는 식의 말도,
인생이 다 그런 거 같다는 식의 공감도 해주지 않았다.
동료의 집으로 걸어가는 길엔 도서관이 있었다.
도서관은 늦은 밤공기 특유의 냄새와
안개의 습한 기운에 덮여있었다.
동료와 이야기를 많이 했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말을 많이 한 날도
말을 얼마 하지 못한 것처럼 시간이 부족했고,
많은 말을 하지 않은 날이라도
많은 마음을 드러낸 것 같아 부끄러웠다.
그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면 늘 그랬고
내게 그는 늘 그런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내 말을 다 들어주었다.
시간은 부족했고
그 사람과 더 오래 있고 싶다는 마음이 비어져나와
흔적을 남길 것만 같은 날이었다.
그날 일은 잘 기억나지 않아서
우리가 말을 얼마만큼 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사람이 내 마음을 안아준
그 조심스러움과 따뜻함을
그날의 밤안개와 같이 나는 가끔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