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굿 윌 헌팅, 천재에게 바치는 헌사

낡은등대 2016. 8. 24. 23:44

 

 

드라마의 교본

 

     드라마는 호흡이 느릴수록, 때로는 다소 지루할수록 설득력을 얻기도 한다. 우리 삶이 항상 역동성으로 충만하지 않을진대, 누군가의 삶을 그리고 그 속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변화를 보여주는 드라마는 때로 답답한 전개 양상을 보여줄 때 더욱 리얼해 보이니까 말이다.  굿 윌 헌팅의 호흡은 빠르지 않고 화면의 전환도 빈번치 않다. 그 유명한 "It's not your fault" 대사가 나오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격렬한 감정이 묘사되는 부분도 많지 않다. 설령 있다 한들 신파로 우리에게 각인되지 않는 이유는 무척이나 일상적이고 친근한 감정으로 우리에게 소화되기 때문이다. 

 

천재들

 

     드라마의 교본이라고 해서, 이 영화를 통해 인생의 위로를 얻고자 다시 보고자 한다면 다소 후회할 가능성도 없진 않다. 윌 헌팅은 두 말 할것 없이 천재인데, 금상첨화로 방위산업으로부터 교편에 이르기까지 두루 유용한 수학적 감각을 타고난, 쓸모가 넘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가치를 깨닫지 못하고 심리적 자학 상태에 머물면서 질나쁜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그만두지 못하는 가련한 주인공이다. 그의 가련함이 빛을 발하는 이유가 인력 시장에서의 그의 몸값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데 있다보니, 아무래도 이 영화의 위로가 보편적인, 혹은 나처럼 사회에 먼지와 같은 존재감을 나타내는 사람에게까지 닿기는 다소 어려울 수 있다. 깨어있다는 심리 선생님은 그가 양을 치는 게 꿈이라고 할 때 그를 다그치기 바쁘고(물론, 그가 실은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고 싶다는 욕망을 숨기고 있다는 걸 간파한 상태였겠지만) 그를 어찌됐든 사회의 제 자리에 정착시키는 데 여념이 없다.

 

     윌 헌팅이 친구로 있는 것이 모욕이라는 친구의 말이 어디까지 진심일까. 그가 꿈을 찾아 나서도록 자극한 것일지, 아니면 진짜 자신의 처지가 비교되어 쪼그라들어 있는 것일지 모르겠다. 어찌됐든 나는 그 대사가 맘에 걸린다. 꿈도 능력도 없는 젊은이의 방탕함이 죄일 수 있지만, 타고난 재능이 없는 이들의 열등감을 나는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