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어바웃 타임, 유한자 각성제 "시간"

낡은등대 2016. 12. 29. 21:57

 

 

 

  이 영화를 본 후, 이성 간의 사랑을 말할 때 시간이라는 질료가 반드시 필요할 수 밖에 없다는 류의 생각을 정리하려고 했는데, 돌이켜보니 팀(돔놀 글리슨)이 메리(레이첼 맥아담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시간 여행을 한 부분은 거의 없는 거 같다. 사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테마 카페에서 팀은 이미 메리의 마음을 얻은 것이나 다름 없으며, 다만 집주인의 극작가로서의 성공을 위해 되돌린 시간 때문에 놓치게 되버린 메리의 마음을 다시 얻고자 몇 차례 시간 여행을 했을 뿐이다. 팀이 시간 여행 전 그 음식점에서 메리의 마음을 얻었다고 느끼지 못했다면, 팀은 분명 어린 시절 샬롯(마고 로비)와의 썸을 통해 얻었던, "시간을 돌린다고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건 아니라"는 교훈을 되새기면서 포기했을 것이다(게다가 팀은 모쏠이다!). 팀이 메리를 위해 쓴 시간 여행은, 다시 말하자면, 일종의 소유권의 주장을 위한 항변같은 느낌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가 다루는 사랑의 외연은 좀 넓다고 생각해도 좋을 거 같다. 누이와의 우애,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애착, 이웃에 대한 연대, 딸에 대한 부정(父情). 이 모든 것들을 관통하는 시간은 단선적으로 움직이니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라는 캐캐묵은 좋은 말씀에 콧방귀를 뀌는 중이지만, 혼자 티비를 보고 계신 어머니가 계속 신경이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