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로스트 인 더스트, 마지막 다이다이

낡은등대 2016. 12. 30. 15:29



  서부 영화의 매력은 서부의 로컬성에 바탕을 둔다고 본다. 무대가 되는 황량한 대지와 흙빛 나는 듯한 건조한 바람, 공권력이 미처 닿지 못해 벌어지는 자력구제의 폭력, 그리고 사내다움. 서부의 이국적 진가는 금융 자본주의의 세계화로 인해 천편일률적인 이(利)에 밝은 상냥함이 모든 도시를 지배하는 지금 더욱 흥미롭다.


  인디언을 몰아내고 살육한 백인 남성의 사내다움은 이제 금융 상품의 기교와 셈법 앞에 보호구역과 다를 바 없는 서부 농장으로 밀려났고, 인디언 보안관 알베르토(질 버밍험)를 죽인 태너(벤 포스터)는 보안관 해밀턴(제프 브리지스)의 저격에 목숨을 잃는다. 사람의 목숨, 그리고 발 디딜 땅을 빼앗고 빼앗긴다는 비극의 서사 속이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한 판 겨루는 다이다이는 통쾌하고 숙연하다. 비록 총을 먼저 뽑아 겨루는 승부가 아니라 원거리 스코프를 사용한 저격일지라도, 그들의 담보물인 땅 위 간판 속에 알래야 알 수 없는 복잡한 자신들의 상품을 광고하는 금융은 도무지 다이다이를 허락하지 않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