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소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낡은등대 2017. 8. 16. 10:24








가해의 사유는 아름답다.

그로 인해 움츠러드는 어깨와 흔들리는 눈빛은 그 자체로 예술이 된다.

자기책망, 타자를 향했던 자기 행위에 대한 깊은 회한은

인간의 고고함을 숭상케 하는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저급함을 수치스러워하는 고고함.

 

올드보이에서 자기 혀를 잘라내는 최민식도,

이 소설에서 깊은 자책에 빠지는 미스터 웹스터도

나름대로 자기변명의 여지는 갖고 있었다.

그러나 온갖 궁실을 대며 누리게 될 면죄의 쾌보다 상대의 불쾌와 불행에 가중을 뒀다.

이 불공정한 자기 처사는 올드보이에서 복수감을 완성했고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서 반전을 극대화했으며

세상에서 숭고미를 만들어낸다.

 

(그런 의미에서 동명 영화의 결말 부분은 그야말로 사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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