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신 것도 아니고
담배연기에 취한 것도 아니지만
취한 것 같아
어지럽고 이질적인 기분
응 그래 얼마든지
감정에도 취할 수 있을 테니까
이런 게 어떤 기분이냐면 말이야
헤엄치는 것 같아
그래 솔직히 난 수영할 줄은 모르니까
헤엄친다기보다는
물에 빠져있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해야 정직하겠지
아무튼 뭔가에 취하면
숨이 막히고
못살겠어
말 그대로 못살겠다는 기분이야
저 위로 올라가면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고
뭍으로 올라가면 되는건데
가끔은 그렇게 올라가기도 하지만
가끔은
때론 종종
그냥 빠져있는 거야
그리고는 그 질식을 느끼는 거야
취해서 죽을 것 같은 그 감정 속에
푹 그 속에 빠져서는
떠다니는 것들을 보면서
숨막히는 질식의 쾌감을 마주해
이러다 죽을수도 있겠지
떠다니는 것들이 뭔진 모르지만
그것들이 상어처럼
날 잡아먹어 버릴 수도 있고
때론 내가 그속에 빠져있다는 사실만으로
뭍에 올라갔을 때
온갖 환멸의 말들과 돌들에 맞아 죽을 수도 있고
그래, 정상은 아니지
확실히 정상은 아니야
내 질식 쾌감도
내 감정도
물 속을 부유하고 유영하는 것도
정상은 아니야
하지만 그렇다고 없는 건 아니니까
없다고 할 수는 없는 거잖아
환상도 꿈도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면
실재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어
내 질식감은 실재하고
나를 빠져죽게 하는 건
설명하기 어려운 이 이상한 느낌인데
이걸 어떻게
없다고
없는 거라고
고갯짓 서너번에 사라지게 할 수 있겠어
그렇게 질식하고 있는거야
해는 흐린 날 덕분에 뜨겁지 않지만
여기 물속에서는
수면에 흔들려서
이글거리고 있고
작열하는 것처럼 보이는 해의 환상 속에서
나는 물밑으로 깊이 빠져 들어가고 있어
거기서 내 손은
헤엄치려는 아무 의지도 없이 그저
물 속을 부유하는 것을 향해서
그 손을 향해서
뻗어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