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과 아무 상관없는 인생을 살 줄 알았는데
그런 인생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적어도 지금 내 인생에서 내 한심한 적성이라도
기업에 팔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으니까,
빵을 팔고 옷을 팔고 채소를 파는 것과
나는 조금의 차이도 없는 인생을 살고 있는 셈이다.
장사꾼이 된다는 것은 특별한 게 아닌 거 같아.
그건 심지어 되어간다, 되었다는 개념에 해당하지도 않나봐.
사람들은 장사꾼으로 태어나서 장사꾼으로 살아가다가
시장 속에서 연기처럼 사라져버려.
마치 인식, 자아, 타자 등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듯이 우린 시장에서 사나봐.
노동이 꼭 영업 내지 장사를 의미하는 건 아니겠지만,
아담이 창세에 받은 노동의 저주는
그야말로 원죄의 값에 해당할만한 어마무지한 죄의 삯인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