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자객 섭은낭, 주변시의 아름다움

낡은등대 2016. 12. 31. 20:52

 

 

 

 

  1.33:1의 화면비가 와이드 스크린에 비해 좀 답답한 느낌을 주었는데(프레임이 진짜 프레임 노릇을 하는 기분), 그런 느낌은 금새 사라졌다. 그건 롱테이크의 공헌이라는 생각이 든다. 관객에게 풍족하게 주어진 시간적 여유가 공간이란 지평에 매칭되어 풍부한 여백을 만든 결과다. 눈을 떼지 않고 무언가를 차분히 응시할 때, 비로소 우리의 주변시가 작동하고 다른 것들을 보는 모양이다. 

  자객인 은낭 역시 계안을 죽이기 위해 그를 관찰하는 시간 속에서 그의 아들과 호희를 본다. 오래 지켜보며 결정적인 한 때를 노려야 하는 자객이 주변시를 퇴하시키고 대상에 집중하기 위해선 은낭의 사부의 말처럼 마음의 수련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우리는 기본적으로 산만하고 따뜻하며 역설적으로는 인내심을 가지고 있다는, 은낭과 관객, 사람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담긴 얘기가 아닐까.

 

추가 :

 

롱테이크 속에서 변화는 변화로(은낭의 울음이 서서히 그쳐가는 것 & 구름이 사부를 서서히 덮는 것), 정적은 정적으로 읽게 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