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너의 이름은>을 보고 감정이 격동된 부분이 몇 군데 있었는데,
한 가지 이상한 건 내가 왜 전반적으로 이 영화의 반쪽찾아나서기에 몰입해서 봤을까 하는 점이다.
서로에게 끌렸을 이벤트를 다시 재추적해봐도 대단한 건 없다. 욕망의 충족(다른 성으로 살아보는 것과 도시공간에서 문화적 풍요를 누리는 것)? 내가 소비한 공간과 시간의 소멸에 대한 애수? 누군가의 삶을 살아본다는 것이 주는 독특한 끌림? 어쩌면 3년 전 사라진 마을 사람들의 생명을 되살리려는 신적인 에너지의 추동?
찾다보니까 좀 포기하게 되면서 그 변명으로 내세우게 되는 명제인 거 같은데, 아무래도 모든 게 합리적이진 않겠지 싶다. 모든 것이 실처럼 엉킨 시간에 대해 인과관계를 분명히 할 수 없다면 모든 인연에 대해서도 개연성 높은 설명을 항상 할 수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아마 주인공 둘도 서로의 이름을 결국 물어서 알게 되었겠지만, 나중엔 그들의 감정의 흐름과 애정의 과정, 그 촉발되었던 끌림의 이름을 되묻고싶어도 여주 할머니의 말마따나 꿈이란 건 깨면 곧 잊어버리는 것처럼 그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게 될 테니, 마주 서서 분명한 음성으로 들을 수 있는 이름을 서로에게 묻는 장면과 함께 끝나는 엔딩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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