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비티>를 염두에 둔 듯한 원테이크의 오프닝, 효율적이고도 경제적인 내러티브. 한편 그 언저리에 묵직하게 자리잡은 "라이프"라는 제목에 대한 책임감은 상당히 가볍다.
각 인물들의 히스토리 속에는 제목이 불러일으키는 무거운 느낌의 요소들이 밀도있게 녹아들어가 있다. 시리아에서 참혹한 인간성의 훼파를 경험한 의사, 두 발의 소생을 바라는 소아마비 환자, 갓 태어난 아이의 아버지. 이른 바 "생로병사"의 각종 케이스들을 한 솥에 집어넣었을 때부터 솔직히 불안했는데, 여지없이 서스펜스의 강렬한 양념 맛이 지배적이다.
생존을 위해 에너지와 산소, 물을 흡수할 수밖에 없는 탄소 기반 생명체의 생명 유지 활동(?)을 공포 속에 비난하기보단 두둔하는 듯한 메시지가 드물게 발견되지만, 그럼에도 스타크래프트의 히드라처럼 흉측하게 변한 "캘빈" 앞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승무원들의 반응을 보다보면 생명에 대해 우리가 갖게 되는 다양한 층위의 태도는 여러모로 희석되는 게 사실이다.
결국 "라이프"에 대한 우리 인간의 태도도 생존과 종 번성으로 귀결될테니, 캘빈 앞에 죽어가는 동료들을 보며 느끼는 공포는 어쩌면 가장 근원적인 것이리라마는, 그렇게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 안에서 끝내기엔 우리는 자연상태에서 꽤나 멀리 와버렸다.
※ 붙임 : 대체 영화 중간에 캘빈의 시야를 빌려 우주정거장을 누비는 장면은 왜 보여준걸까? 우리의 공멸을 한 번 감각해 보라는 감독의 깊이 있는 연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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