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있습니다) 인간은 A.I를 만들어 전통적 신 관념에 발꿈치를 들었고, A.I인 데이빗(마이클 패스벤더)은 에이리언을 창조해 인간을 살해한다. 신 관념(그리고 그를 수호하는 인간)은 과학과 사투를 벌이고, 인간은 에이리언과 전쟁을 치른다. 단순하지만 흥미로운 이 은유적 서사에서 친부 살해의 유도제는 창조 욕망이다. "나는 어디로부터 왔는가"에 대한 풀이 과정이 "나는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로 왜곡되는 과정은 그야말로 첫번째 질문의 불가해성에 기인한다. "나"를 모르니, 어디 한 번 내가 나를 만들어보자는 인식은 자기 스스로를 향한 일종의 관음증과도 같지만, 우리의 인식이 회로의 1/0논리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는 것인지, 우리의 근원이 우연에 불과한지 알기란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이에 대한 질의응답 과정이 피튀기는 살육과 전쟁의 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존재에 대한 고민은 중단되어야 한다는 식으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진리라는 것이 있다면, 정언적인 명제 상 그것은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나는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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