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박열, 민중에 대한 아름다운 변명

낡은등대 2017. 7. 10. 21:44

 

권력을 포착하는 거시적 개념에 사로잡히면 그것을 개인단위로 분해하기는 어려워진다. 권력을 잡은 개인은 권력 자체일까 혹은 권력을 창조해낸 메타조직의 산물일까? 우리는 무엇을 블레임해야할까?

 

영화는 상당히 조심스럽다. 관동대지진의 학살은 집단주의를 자극하기 좋은 역사임에도 그것의 묘사는 매우 절제되어있다. 시체는 잘 전시되지 않고, 울부짖는 모성도 들리지 않는다. 일본인 그 자체를 향한 분노가 의도적으로 조절된다는 것인데, 학살을 자행한 일본 민중에 대한 블레임은 현명하게 희석된다.

 

권력의 중심부에 대해서도 그러하다. 검사에 대한 시선이 온정적이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내무장관을 향한 박열의 분노마저도 뭔가 핀트가 빗나간 느낌이다. 박열 특유의 넉살은 비교적 영화내내 힘을 잃지 않는데, 이는 그가 사람을 상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열의 눈빛은 매섭지만 그것은 사실 일본 민중과 권력자들을 관통해내고 뒤에 자리잡은 메타적인 무언가에 꽂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이 영화는 박열의 날카로운 사상을 담기에 필연적으로 부족하다. 이것은 너무 아름다운 흠결인데, 그는 아나키스트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망치는 지름길은 거대조직과 그를 운동케하는 권력을 사람에게 부여하는 것임을 박열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P.s : ...그런데 박열은 왜 일본정부만을 향하여 열내는 한복입은 투사로 보이는 것인가. 그건 조금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