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있습니다) 인간에게 주어진 한계, 치매를 정복하고자 시도했던 노력의 결과는 아이러니하게도 언어력과 사고력을 살아남은 인간에게서마저도 앗아갔다. 인간 대신 언어력과 사고력, 두가지를 갖게 된 유인원들의 엑소더스(Exodus)는 구약 성경 속 히브리 민족을 떠올리게 하는데, 그만큼 인간과 유인원 양 종간 차이는 거의 느낄 수 없다.
언어력과 사고력. 이것의 부여와 박탈이 일종의 균형점을 창조한다. 이것은 흥미로운데, 언어의 습득이 인간들이 보여주었던 "인간다움"을 그대로 습득케 한다는 논리 구조가 엿보이기 때문이다(관계와 사고, 심지어 표정까지도). 언어는 소통의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성정을 주조해내는 구조가 된다는 그간의 철학을 기억할 때, 유인원들의 유사-인간적 감정과 행위는 자연의 복권에 경이를 표하게 하기보다, 후기(Post-)인간의 등장에 긴장을 부여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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