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단상

낡은등대 2020. 1. 1. 21:59

 

친구에게 겨우 살아내는 것들이 좋다고 했다.

아이러니 속에서도 꾸역꾸역 살아내는 인생 같은 것 말이다.

내 얘길 듣고 그 친구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추천했다.

 

내가 생각했던 "꾸역꾸역"의 느낌은 아니었지만,

뭐랄까,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에너지가

마츠코 삶에서 느껴졌지만,

그런 긍정성과 경쾌함이

더욱 삶의 아이러니를 드러내고

영화 전면에 나타나지 않는 생의 부정성을

부각시키는 것 같아 좋았다.

 

 

네이버 평점에서 어느 네티즌(dolp****)은,

"끝날 줄 알았던 인생은 계속되지만,

다시 시작하고자 했을때는 끝나버리는 아이러니한 인생"

이라고 평했다.

 

죽고자 함이 실패되는 것과 살고자 함이 좌절되는 것,

무엇이 더 애잔한 걸까.

아무튼 마츠코의 일생은

위 두가지의 경우들로 요약 가능한 일생이었고

위 네티즌의 평처럼 그야말로 모순 자체였다.

 

그럼에도 그런 삶 속에서 사랑을 갈망하고 좇았던

그녀의 마음이 눈에 밟힌다.

그런 삶의 태도가 비효율적이라고 논박할 수 있을까.

사랑은 효율의 문제가 아니기도 할뿐만 아니라

어쩌면 사랑은(무엇에 대한 것이든) 연비, 합리를 넘어서는

뭔가 근본적인 삶의 목표 같은 것 아닐까.

 

그래서인지 그 이상야릇한 눈먼 동력은

종종 합리와 효율을 마비시키고 마음을 격동시킨다.

대책없는 일들을 저지르게 하고

이해못할 전개가 벌어지도록 사건을 꼬아버리기도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