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가 그런 얘기를 했었다.
고등학생 시절 자신에게 사춘기가 찾아오면서
하루키 소설을 읽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그 글들을 추천해주게 되었는데
외설적인 것에 대한,
그리고 어쩌면 외설적인 것을 추천해주는 자신에 대한
친구들의 당혹스러움과 거부감을 느꼈다고 말이다. (난 그렇게 이해했다)
그리고 H는 아이엠러브를 추천했다.
("사려깊게"도 내 취향은 아닐수도 있다는
H다운 멘트까지 덧붙였다)
탐미적인 영화였다.
음악, 숏은 물론이고 아름다운 성애 장면까지
모두 고풍스러우면서도 세련된 이탈리아 만찬처럼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감각적이었다.
H는 본인이 느꼈던 친구들의 거부감을 말하면서
꼭 성애장면을 느끼라고 그 소설들을 추천했던 건 아니라고 했다.
지레 짐작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섹스는 육체, 감각, 경험의 절정적인 은유라고,
섹스는 성행위 이상의 무언가 아니겠느냐고
편들어주고 싶었다.
질서와 이성, 과학과 논리가 사람을 잡아먹는 시대에서
육체라는 주제를 통해
우리들의 감각들을 탐미해갈 줄 안다는 건
일종의 지성이자(아이러니하지만) 시대정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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