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발렌타인

낡은등대 2023. 1. 23. 23:31


향과 맛은 세월로 풍화되지 않는 기억들을 소환한다.
후각과 미각이 잊혀지지 않고 과거에 매달려 있었던 감각과 겹칠 때
육체에 매여있다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진다.
양주의 냄새는 내가 이 세상에 끼어들지 못하고
변방을 헤맬 운명이라고 점괘를 들여다보는 무당의 말과도 같았다.
믿지 않지만 결국 그리될  것만 같아서,
믿는 것이 믿음인지 믿지 않는 것이 믿음인지
말로 되어지지 않는 그런 기분을 나는 첫 회사의 회식에서 느꼈다.

시간이 흘렀을 때 나는
결국 몇번의 실패를 겪었지만
진입하지 못할 것 같았던 곳에서 몇년을 보냈고 후배를 맞았다.
숫자와 등급의 실물감이 멀어서
중심부에 쉽게 진입하지 못하는 사람이기를 바랐다.
미숙함은 가여우면서도 편안했고 편안함은 미숙해서 두근거렸다.

미숙함은 이제 그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말이 되었다.
세상은 출렁거려서 같은 모습을 오래 허락하지 않는 것 같다.
출렁거리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무엇이 출렁거림 속에 바뀌는지 모르지만
후각과 미각은 가끔 느닷없이 옛일을 뿌옇게 뱉어낸다.
무력한 나와 미숙한 그의 환영이 잔 속에서 하나가 되어 내 속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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