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회식의 느낌

낡은등대 2023. 3. 24. 22:36

회사를 옮긴지는 이제 반년이 됐다.
6년 남짓 다니던 곳을 떠나 이직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 이유가 그만하였는지는 물론이거니와
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결정을 내릴 때의 감정선은
어떠하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았다. 반년은 그런 시간이었다. 지리한 시간이었다.

나는 원래 말이 적은 사람이다.
그렇다보니 친구도 적다.
그래도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 나도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건의 발단은 사소한 것이었다.
이 사건은 사실 표출된 것은 아니었고
잠시 굳은 내 표정이 사건의 전말이다.
나의 부족을 타인에 대한 칭찬으로 들었던 것이
전부다.
별 일 조차 아니었다.

자기 표현이 부족한 외부인을 탓하는 것이 쉽다고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사실은
또 그만큼 스스로를 약자로 포장하는 것도 쉬운 것이겠지.

누구의 탓도 아닌 것이다.
판단받는 일이나 판단하는 일이나
일하는 고역과 바라보는 시선과
피할 수 없이 저벅저벅 다가오는 걱정과 고통과
나와 타자를 묶는 무수한 족쇄들 모두.

그리하여 서로의 외로움과 아픔의 매무새를 잡아주는
모습은 아름답다. 누구의 탓도 아니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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