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꿈과 음악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낡은등대 2016. 10. 26. 23:59

 

 

  사무실에서 나오니 한밤이다. 야근을 하고 돌아가는 길이면 업무야 어찌됐든 집에 간다는 사실에 좋았는데, 내 자신이 피로하다는 사실조차 실감이 나지 않았다. 업무의 압박감 때문에 스스로 날카로워졌다고 느꼈었는데 오늘은 그마저 감각해 낼 기운이 없다. 그만큼 힘이 드는 하루였던 모양이다.

 

  시동을 걸고 라디오를 틀었다. 93.9 MHz에서 허윤희 씨가 진행하는 "꿈과 음악 사이에"가 나오고 있었다. 라디오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것을 보면 오늘은 그다지 많은 내용을 듣지 못한 거 같다. 분명히 지친 내 심신 탓이다. 

 

  그럼에도 기억나는 코너가 있다. "러브 어페어"라는 코너였는데, 허윤희 씨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그것은 사랑과 관련되어 있었던 거 같고, 보다 분명히는 다른 사람의 마음에 대한 마음을 다룬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른 사람의 마음, 사람들의 관계. 그런 것을 내가 신경 써본 일이 언제였던가? 파편적인 회사 내 관계 속에서, 싫은 소리를 조금 덜 듣기 위해 혹은 지연된 안건에 대한 늦은 회신으로 짜증이 났을 타 부서 사람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내가 고민한 것은 사실 관계와 관련된 성격의 것은 분명히 아니다. 고백컨대 그것은 나의 마음과 관련된 것이니까(모르겠다, 관계라는 게 원래 그런 거라고 한다면).

 

  가만보니 프로그램의 이름도 여유가 넘쳐 보인다. "꿈과음악사이에". 나에게는 관계라는 단어조차 생경한 기분이 드는데, 누군가는 꿈과 음악 사이에 어떤 감정적인 공간까지 가지고 사는 것일까? 10시부터 12시까지 하는 프로그램이니, 저 꿈이 말 그대로 잠들면 꾸는 꿈일 수도 있고 몽환적인 상상이나 감정의 안락함이 될 수도 있을 거 같다. 나는 솔직히 음악과 사연을 들려주는 라디오를 들으며 잠에 서서히 들 만큼의 여유도 없어서, 꿈과 음악 사이에 허윤희 씨의 목소리와 라디오가 있다한들 그마저도 누릴 넉넉함이 없이 살아내고 있다.

그런데 꿈과음악사이에는 무엇이 있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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