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안경을 안쓰면

낡은등대 2017. 1. 2. 01:05

안경을 안쓰면

글자가 잘 안보인다.

옛날엔 1.0도 넘었는데 아무래도

재수할 때 엎드려서 책을 본 게 눈에 안좋았을 게 분명해..

 

분명히 몸은 나이를 먹고 그 티를 감출 생각을 안한다

다친 어깨는 날씨가 궃을 때마다 욱씬거리고

배는 나와서 허리도 아프고

이렇게 몸이 조금씩 고장이 나다가

나이가 더 먹으면 언젠간 완전히 고장이 나버릴 게 분명하다

 

그런 실감이 날 때마다 끝이 있다는 걸 상기하게 되는데

어째 이상하게 그런 건 날 철들게 만들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래도 조금은 무섭다

그것의 한쪽에는 평생 무언가에, 진리에 이르지 못할까 두렴이 있고

다른 한쪽으로는 내 거짓된 감정에 사무쳐서

그걸 진짜 내가 알아차린 걸로 오해할까 두려움이 있다

 

지금도 내가 날 속이고 있는건지 생각해봤지만

난 늙는다는 걸 인지하고 있고 이러다가

죽음이 다가오리라는 걸 아득하게나마 느끼고 있음이

틀림없다

이 사실도 나를 어떤 모양으로든 각성하지 못하는 걸 보니

외부의 어떤 무언가가 정말 필요한 거 같단 생각이 든다

 

형이상학 양심 죄책감 더 큰 죄책감 깊은 자괴감

쾌락 정욕 오만 허탄을 깨닫게 하는 도덕률 무력감

 

어떻게 해야 그것을 발견하고

더욱 더 나를 거기에 묶을 수 있을까

끈끈이가 다 해서 떨어지는 거 같은데

그렇게 진리라는 게 약하지는 않을 거 같으니

나는 다른 접착제를 써볼 경우의 수가 남은 거라고

생각하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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