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할 게 없어서 어제와 그제와 지난주와도 차이가 없는, 똑같은 날과 똑같은 날이어도 그날만큼은 생각나는 무언가가 있다. 그건 과거의 경험이 되기도 하고, 어떤 음식이나 음악이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 대한 감정이 되기도 하는데...
대체 어떤 요소가 매순간이 거의 동질한 나의 시간에 미묘한 균열을 만들어내는 걸까. 물론 내 하루하루가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말도 안되는 사소한 일들, 예를 들면 늘 만나는 골목길 전봇대에 붙은 전단지들의 색배합의 변화라거나 출근길 타이어 공기압 차이 같은 것들이 그런 이질적인 생각들을 만들어내는걸까. 그 생각들이 또 색다른 감정과 상상을 불러일으키고?
물리와 연산에 대한 기술이 아주 고도화된다면 사람들의 사고와 감정을 통제할 수 있을까. 엑셀 수식을 거는 것처럼 계산식을 때려넣으면 산출되는 특정값이 내 사고를 지배하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그게 꼭 서늘한 건 아니고 디스토피아적이라는 느낌도 아니다. 어차피 지금 날 에워싸고 있는 것들 중에도 내가 선택한 건 그리 많지 않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