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이 진 얼굴.
가만 보면 볼수록 그늘이 깔린 얼굴이었다.
가볍지 않고 무거운 그늘이었다.
그늘의 보편을 생각하면
이상하게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좋은 일이 있어도 그늘은 거둬지지 않았고
나쁜 일이 생겨도 그늘이 더 짙어지지 않았다.
그늘은 항상 그만큼만 그녀에게 있었다.
그런 그늘이 내게도 있기를 바랐다.
요동하지 않고
세상 너머 무언가를 응시하는 것 같은
그녀를 동경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만큼
나는 내 자신에게 익숙한 사람이 아니었다.
내게로 다가오는 빛과 어둠의 배합에 따라서
내 얼굴의 그림자는 수시로 변덕스럽게 변했다.
그녀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젊은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을
평범이라는 말로 압축해서 말할 자격이 내게는 없다는 걸 알지만,
그녀는 유난하지 않았고
어쩔 수 없는 것을 받아내며 사는 것처럼 보였다.
업무로 곤란한 이야기를 들을 때,
즐거움을 담아 사람들과 웃을 때,
가끔 그녀의 얼굴을 흘깃 쳐다보았고
그때마다 알 수 없는 그늘을 느꼈다.
서늘하다기보다는 되려 따뜻한 그늘이었고
그 그늘에 대해 생각하게 될 때쯤
그녀에게 같이 걷지 않겠냐고 물었던 것을 기억한다.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걸을 때면 말주변이 없는 내 탓에 자꾸 말이 끊겼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였다.
내 말에 기민하게 반응하지 않았고
잠언처럼 좋은 말을 쉽게 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토해내는 넋두리의 조각들이
그녀의 그늘 속에서 서늘함을 벗는 환상을 느낄 수 있었다.
다가오고 물러가는 것들로 인해
내 얼굴에 그림자가 일렁이는 것을 여전히 느낀다.
그럴때면 어두웠던 그 길과
그 사람과 가까워졌을 무렵의 차가웠던 공기와
깊고 포근한 그 얼굴의 그늘을
나는 종종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