퓌론의 회의주의는 잘 모르지만 매력적이야. 이성적 판단을 유보한 채 얻어내는 평안. 사람의 이성과 감각으로는 객관적 진실을 얻어낼 수 없다는 이론. 그런데 이런 대전제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극단성이 상실되는데 이미 그의 이론이 객관적 사실은 모르긴 몰라도 외부 세계에 존재함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 같아.
이런 점에서 어떤 면에서는 욥의 태도와 일맥 상통하나봐. "손으로 내 입을 가릴 뿐이로소이다 (욥 40:4)"라는 구절은 전지전능한 신 앞에 무력한 인간의 이성과 육체의 능력, 급격히 바닥나는 감정의 통제력을 대언하고 있으니까. 유신론과 무신론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겠지. 하지만 우리의 생각의 깊이와 넓이를 초월한 절대자의 임재 앞에 우리는 우리의 무엇을 가지고 그의 피조물과 능력, 계획을 측량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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