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Pat Metheny, Beyond the Missouri Sky

낡은등대 2016. 9. 23. 00:31

 

 

 

 

 찾아온 기회 중에 자신의 범위를 벗어난 것들이 있다. 내가 만들지 않는 길이 열리는 경험. 따지고 들자면 기회의 폭이란 일명 "사회 경제적 지위"라는 큰 틀 안에서 정해지고 그 속에서 개연성이 확보되는 법이긴 하겠지만, 그럼에도 설명이 잘 안되는 기회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유혹은 강한 거 같다. 그래서 누군가는 그것을 신의 섭리로, 누군가는 팔자로, 누군가는 행운으로 여기고 소중히 생각하는 모양이다. 

  나를 찾아온 가장 큰 기회는 친누나에게 사상과 문화의 영향을 받은 거였다. 기억나는 음악과의 충격적인 만남이 몇 번 있었는데, 쓰리코드 네오펑크 음악에 심취해 있던 시절에 우연히 누나 CD로 Pat Metheny의 Letter From Home을 들었던 때도 그랬다.

 

 

 

이렇게 알게 된 Pat Metheny 앨범 중 내게 가장 매력적인 앨범은 Beyond the Missouri Sky다. 베이시스트 Charlie Haden과 함께 트리오로 만들어 낸 이 음반은 매력 없는 곡이 단 한 곡도 없다. 타이틀 곡만 듣고 CD를 사면 돈이 아까운 앨범들이 있게 마련이고, 15,000원짜리 앨범 중에 5,000원 어치 곡이 있고 400원 어치 곡이 있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게 마련이지만 이 앨범은 그렇지 않다.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전부 사랑하게 된다. 특히나 요즘 같이 가을이 선사하는 생명력의 쇠퇴를 즐긴다면 더욱.
앞서 쓰리코드주의와 팻 메스니를 대조하여 말한 것은 실수다. 팻 메스니는 쓰리코드로도 음악을 아름답게 빚어낸다는 걸 수록곡 "Spiritual"을 들어보면 충분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일정한 여백에 들리는 스네어 드럼의 울림이 사실 대수로운 게 아니겠지만, 그의 음악에서는 그야말로 "영적"인 감동이 동반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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