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86

킬러의 보디가드, 빈정거림에 대하여

빈정거림은 뭐랄까, 일종의 예술이에요. 아니면 스포츠같기도 하고요. 그 왜 프로레슬링처럼요. 분명히 이건 격한 스포츠잖아요. 목을 조르고 뛰어내리고 철제의자로 패고. 하지만 대본이 있는 연기인지라 아무도 다치지 않아요. 고도로 계산된 움직임은 피해를 최소화시키고 과장된 몸짓과 드라마틱한 서사는 되려 웃음과 환호를 만들어내죠. 빈정거림은 그래서 프로레슬링같은 거에요. 아픈 데를 찔러도 상처가 나지 않고, 무자비해보여도 사실 어떤 면에선 아끼는 거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빈정거림의 저변에는 신뢰가 있거든요. 믿는 만큼 더 큰 기술이 들어가잖아요. 상대방 말 중 절반쯤은 진심이 아닐 거라는 확신, 나도 얼마든지 그 정도 빈정은 댈 수 있다 생각할 만큼 둘 사이에 형성된 라포, 지겹도록 같이한 식사, 내가 의도..

영화이야기 2017.09.13

레이디 맥베스, 욕망으로부터의 자유를 꿈꾸며

여성을 억압한 남성 권력의 종말은 무기력한 죽음이고, 인종적, 계급적 착취를 자양분으로 삼는 부르주아 권력의 끝은 음울함과 악취나는 불안 뿐이다. 아직까지도 욕망을 성취할 수 있는 수단이 고르게 편재되지 못한 시대에서, 욕망이 우리의 숨통을 죄어올 때까지 계속해서 자라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불평등한 자원 배분에 이바지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를 고대하며.

영화이야기 2017.08.20